아내가 출산하기 전, 주변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 받았던 육아용품은 바로 “건조기” 입니다. 오래된 중고 통돌이 세탁기를 사용했기에 이번기회에 세탁기도 드럼세탁기로 바꾸려고 했고요. 제품을 알아보다가 결국 그때 당시 최신식이었던(지금도 그럴껄요) LG 워시타워를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기저귀 이야기가 나왔는데, 저는 천기저귀를 사용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는 것은 환경에 좋지 않다고 표면적으로 이야기 했지만, 실제 이유는 건조기를 구매한 이유를 극대화 하기 위하기 위한 저의 본전의식 때문이었죠.
천기저귀 가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오래 사용하면, 오~래 사용하면 일회용 기저귀에 비해 더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했죠. 그리고 한달(태어난후 28일까지를 신생아라고 합니다. 신생아시기만 사용했네요)만에 천기저귀 사용을 접습니다.
신생아 천기저귀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
제가 천기저귀 사용한다고 주변사람들에게 말했을때 다들 놀라더군요. 친(한) 남동생이 천기저귀 사용의 의미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출산을 막 끝내고 돌아온 직장 동료에게 “형님이 천기저귀 사용한데요”라고 물어보라고 했더니.. 그 동료왈.. 미쳤다고.. 하더군요. 그런 류의 걱정스러운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귀에는 그것이 찬사로 들리더군요. 자부심이 차올랐습니다. 내가 아기한테 이정도로 한다구~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말을 귀로 들어야 하는데 귓등을 들었던 것이었습니다.
아기가 태어남과 동시에 전업주부로 전직한 저는 처음에는 의욕에 불탔었죠. 저희는 산후조리원을 가지 않았는데요(이건 나중에 안간 이유로 썰을 풀어볼께요) 태어난지 3일만에 아기와 함께 집에 도착한 저는 그야 말로 멘탈이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나오는 천기저귀 장점 단점 후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니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를수 있다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천기저귀 사용시 단점
1. 천기저귀 사용시 (생각보다) 손이 (굉장히) 많이 간다
생후 3일 째 되는 아기는 2시간에 한번씩 식사를 하더군요. 아내가 모유수유를 한다고 하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저도 함께 일어나야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시는 남편분들도 의리로 함께하는 마당에 직업이 주부인 저는 아기가 일어날때 같이 일어나야 했었습니다. 그것도 힘들었지만 천기저귀를 사용하는 저로서는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는 분들과 달리 하나더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천기저귀 애벌빨래였었죠.
천기저귀 사기 전에는 세탁은 세탁기가 해줄걸로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애벌빨래를 해야 했씁죠. 그것도 매번 똥이 묻어있을때 말이죠. 처음에는 모르고 그걸 모았다 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 번식한데요. 그래서 애 기저귀를 갈아주면 바로 애벌빨래 하고 베란다에 있는 건조대에 널었습니다. 아이가 하루 12번 식사를 하면 거의 하루 12번 애벌빨래를 했죠. 힘듭니다. 이거 참 힘들어요.
건조기 사용방법(?)
애벌빨래 하고 세탁을 돌리고 바로 건조기를 돌렸었는데, 이게 또 줄어드네요? 천기저귀 종류가 여럿 있는데, 저는 접어서 사용하는 천기저귀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줄어들어도 상관 없을 것 같은데, 한번 건조기 사용하고 줄어드는 것을 보고 (새거랑 비교해봄) 이대로 가면 안되겠다 싶었어요. 인터넷 검색해도 딱히 뚜렷한 답을 못찾았습니다. 건조기에서 침구털기를 할 경우에는 줄어들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가 한게" 애벌세탁 - 베란다에서 일광건조 - 건조기로 침구털기" 이건데... 이건 뭐 그냥 건조기 없는거나 다름없씁죠(그때 당시에 건조기 왜 샀나 싶었던..)
옷감 줄어들지 않게 건조기 사용하는 법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저는 찾다가 포기하고 아기옷은 이렇게 건조하고 있습니다 (뭔가 방법이 있겠죠. 저처럼 무식한 방법 말고요 ㅠ)
2. 정작 중요한것을 못한다.
아기키울때 천기저귀 사용하는것이 가장 큰 덕목이라고 한다면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기의 발달상황에 따라 이것 저것도 해주어야 하고 아내도 도와주어야 하고.. 이런것들을 잘 하려고 하면 제 체력이 남아야하는데, 천기저귀는 그것을 방해합니다.
똥오줌 치우는거에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여 정작 중요한 육아 공부, 놀아주기, 생후 몇일땐 뭐해주기... 등을 알아보는데 소홀해 지더라고요. 신생아시기인 생후 한달동안 천기저귀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2명이 같이 육아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한분은 일하셔야 하는 상황, 혼자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말 천기저귀 사용을 잘 생각해보시기 바래요. 특히 첫애시라면 가급적이면 천기저귀 사용 비추입니다.
3. 천기저귀 사용하는데 기저귀 발진
아기가 오줌, 혹은 똥을 쌉니다. 그럼 바로 갈아주어야 합니다. 흡수를 해서 어느정도 양은 뽀송함을 유지하는 일회용기저귀와는 달리 천기저귀는 오줌, 똥 그 본연의 축축함을 유지하기 때문이죠. 약간 정신이 나가있으면 어김없이 쌓여서 아기의 피부를 괴롭히는 똥 오줌 때문에 어느시점에 아이가 기저귀 발진이 생겼습니다.
아기 피부를 위해서 사용한다고 했는데, 발진이 나니 말 그대로 멘붕이더군요.(발진은 비판텐 연고를 사용하면 쉽게 좋아지더군요 관련 내용은 이 글 하단 링크를 참고하세요 ^^) 이 이후 아내의 조언에도 천기저귀를 고집하던 저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했습니다. 일회용 기저귀도 피부에 좋은게 있더라고요. 일회용기저귀를 모아두면 사랑할래야 사랑하기 힘든 냄새가 나지만, 환경에 좋지 않겠지만, 제 정신과 삶, 육아 인생에는 더 이롭지 않았나 싶습니다.
천기저귀 사용시 장점(지극히 주관적임)
일회용 기저귀 보다 더 경제성 있게 사용하려면 장기간 사용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단기간으로 사용하면 상당히 비싼 경험이 될수 있다는 이야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에서 천기저귀를 한번쯤 사용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축농증환자도 후각이 살아남(실화임)
일회용기저귀는 모양을 보고 오줌을 쌌는지 똥을 저질렀는지 알수 있지만, 천기저귀는 알수 없죠(제가 가지고 있는 천기저귀만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똥을 찾아내기 위해선 후각이 예민해져야 했습니다. 제가 축농증이 있거든요. 어릴때 수술까지 했었기에 저는 제 후각이 남들보다 안좋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아기 똥냄새는 기가막히게 맡습니다. 아마도 기저귀를 가는것이 제 임무였기에, 임무에 사력을 다하다 보니 막혀있던 제 후각이 살아난게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저는 냄새를 맡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축농증 수술이라는 트라우마 때문에 스스로의 후각을 저평가 해왔는지도 모릅니다. 후각이 약하다는 저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한계를 넘어서는 진귀한 경험을 할수 있었습니다.
일회용 기저귀로 바꿨을 때 아기 빨래감이 적어보임
집에 놀러온 아내의 지인이 널린 빨래를 보고 이렇게 많이 나와하는 반응을 했을때, 기분이 묘했습니다. 천기저귀 사용할때의 절반 수준밖에 안되었거든요 천귀저귀를 사용하다가 일회용기저귀를 사용하면 뭔가 여유라는 것이 생깁니다. 고통은 상대적이니까요.
긴 육아기간동안 넘쳐나는 빨랫감을 보고 한숨을 쉬시겠습니까. 아니면 한달의 빡센(?) 경험으로 육아기간동안 마음의 여유가 넘치게 빨래하시겠습니까. 🐶🐶
천기저귀 사용 장점에는 농담반, 진담반을 섞어 작성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위와 같은 이유로 천기저귀 사용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육아의 길에는 정답이 없더군요. 이게 맞을수도 있고 저게 맞을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글을 보면 천기저귀를 사용하면서 만족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본인이 추구하는 바에 따라,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겁니다. 저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천기저귀, 일회용 기저귀 선택을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